회사에서 밥먹다가 연봉 얘기가 나와서 한번 글을 끄적여본다.
2010년도에 입사했던 사람들은 세전 표기연봉으로 초봉 4200을 받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요즘애들은 입사 연봉이 얼마나 될까?라는 얘기가 나왔다. 우리 회사 기준으로 4700 언저리다. 기껏해야 10년동안 11퍼센트 정도 오른거니까 정말 달라진거라곤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서민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최저임금은 어떻게 됐을까? 2010년에 최저임금은 4110원이었고, 지금은 8590원이니까 100%가 넘게 상승했다. 과거 88만원 세대는 현재 180만원 세대가 된 셈이다.
이것만 봐도 중산층이 왜 몰락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다. 2010년에 연봉 4200을 받던 신입사원이면 실수령은 월 310만원대였으니, 풀알바로 월 88만원을 받던애들보다 3.5배는 더 받았다.
부모님 세대가 왜 그렇게 자식 교육에 몰빵을 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부 안하고 알바하는거랑 번듯한 직장 잡아서 회사다니는거랑 신입을 기준으로만 해도 소득이 3.5배 차이고, 앞으로 진급이며 복지혜택이며 이런저런거까지 따지면 소득 격차가 5배 6배는 우습게 벌어졌으니 공부를 시키는게 ROI가 엄청 높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어떤 일이라도 풀알바를 뛰면 달에 180을 벌지만, 초봉 4700으로 실수령을 하면 340만원정도니 웬만큼 좋은 대기업을 들어갔다고 해봐야 최저임금보다 1.88배 더받는 수준이 된거다.
대학 나오는데 4년 이상의 기회비용과 학자금만 해도 비용이 만만찮은데, 해외 유학까지 갔다고 생각하면 연마다 1억이상은 우습게 들어가는데 저 돈받아가면서 회수가 될 턱이 없다. 즉 교육에 대한 ROI가 정말 형편없어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왜 요즘 젊은 사람들이 공무원이나 안정적 직장에만 눈을 돌리고, 기업에 가길 꺼려하면서 워라밸 좋은 직장에 집중하는가 역시 잘 설명해줄 수 있다고 본다. 어차피 기업들의 임금은 그자리에 굳어있고 업무 강도는 상대적으로 높고, 안정성은 예전만도 못한데 정부에서 주는 돈받고 살면 임금도 꾸준히 올라가고, 근무시간도, 복지도 철저하게 챙겨주니 당연히 인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 세대가 특출나게 워라밸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일반 기업들의 매력이 확 죽었다고 설명해야 옳은 것이다.
만약 교육에 대한 ROI가 2010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2010년처럼 기업들이 동일하게 최저임금대비 3.5배 수준의 초봉을 줬다면, 지금 신입사원들의 실수령액은 월에 630만원쯤 될거고 표기상으로도 표기연봉만 거의 1억쯤 될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사람들이 여전히 9급 공무원에 그토록 열광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결국 돌아와서 왜 중산층의 대표 아이콘인 직장인들이 왜 망했냐고 묻는다면, 소득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10년전에는 여전히 모자라긴해도 홀벌이도 충분히 가족을 먹여살릴 수준이 되었다면, 지금은 대기업 직장인 둘이 벌어봤자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놓고보면 10년전에 1명이 혼자 벌던 것과 다를바 없는 상황이고, 그와중에 집값은 세상모르고 올라가버렸으니 답이 안나오는 것이다.
만약 신입사원들 연봉이 최저임금처럼 상승해서 지금 9천에서 1억쯤 되고 대리 과장급에서 다들 1.2 1.3억씩 벌었다면 집값이 이렇게 올랐어도 맞벌이하고 대출껴서 사보겠다는 생각이 들텐데, 10년동안 경우 11% 오른 임금을 가지고 10년새 2배 3배가 올라버린 집값을 보면 현자타임밖에 안오는 것이다. 그나마 조금 앞세대는 영끌의 기회라도 있었으나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있을지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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